청명(淸明) 의 두물머리
4월4일은
24절기중에서 "청명" 이었다.
우선 의미도 "푸르고 밝다" 는 뜻이어서 느낌이 좋고,
이날 이후로는 완연한 봄의 기운이 대지에 펼쳐 진다는
출근길 방송내용도 마음을 들뜨게 했다.
몸으로 느끼는 햇살의 따스함 과는 다르게 나의 가슴속은
봄은 왔으되, 봄을 느끼지 못하는 " 春來不似春" 이었다.
점심식사후
답답한 마음을 푸는데 도움이라도 될까 하여 홀로 두물머리를 찾았다.
평일 오후였기에 조용히 사색을 즐길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나
두물머리는 봄을 즐기려 나온 사람들로 활기에 차 있었다.
천천히 발을 옮기며 산책로를 따라 걸어보았다.
두물머리의 물빛은 신록을 머금고 한껏 푸른빛을 띠고 있었으며,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젊은 엄마의 얼굴에는 봄기운이 넘쳐나고 있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쳐져 머리를 맞대고 흐른다 하여
"두물머리" 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이름을
우리는 쉽게 '양수리" 라고 불렀다.
오늘 따라 두물머리 라는 이름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나에게도 두물줄기가 합쳐지듯 새로운 힘과 기운이 전해져서
나와 우리직원들이 이루고자 하는대로 일이 순탄하게 진행되기를
마음속으로 여러번
되뇌었다.
돗이 내려진 황포돗배를 지나
좁은 길을 따라 걸어가니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북한강 수계를 따라
봄맞이 차량이 힘차게 질주한다.
강변을 따라 달리는 풍경은 언제 보아도 신선하다.
이런 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쉽게 정리 되지 않았다.
코에 스치는 봄내음에도 불구하고 가슴속은 아직추웠다.
지나치는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들었고,
자전거를 끌고 지나가는 노인의 얼굴에서는
지나버린 세월의 두께도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을 밝게 하려고 했다.
생각도 밝게 하려고 해보았다.
그런데
봄은 생명이 움트는 시기이고,
만물이 약동하는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데
우리의 조상들은 왜 굶주림으로 봄을 시작 할 수 밖에 없었을까?
"춘궁기" 며 "초근목피" 라는 말은 봄을 뜻하지 않았는가?
새로운 출발은 고통을 내포하고 있는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의 봄도
힘드는 것이 당연 하다고 스스로 다짐을 했다.
아직은 사람이 찾지않는 나룻배가 물가에 방치되어있다.
때가 되면 제몫을 해내겠지만, 아직은 지난 겨울의 흔적이 배어있다.
뭍에 걸쳐있는 나룻배는 아직 배가 아니다.
자기에게 부여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물위에 띄워야 할것이다.
그때가 곧 오겠지.
물가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땅에 비닐하우스가 있었다.
땅과 닿아있는 아랫부분의 비닐을 걷어 올려 놓았길래,
잠시 들여다 보니
딸기가 익어가고 있었다.
그래
그래서 봄이구나
마음으로 느끼지 못해도 봄은 오고 있구나.
익어가는 딸기를 쭈그리고 앉아서 보고 있으니 그런생각이 들었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봄은 왔고, 또 그렇게 지나갈 것이다.
내 삶에서 수많은 봄이 왔다 갔건만, 그때는 느끼지 못하고
이제와 새삼스럽게 지난 봄을 아쉬워 할 필요는 없다.
몇번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나에게도 봄은 또 올것이다.
그런데
가을이 오기도 전에 수확을 걱정 해야 하는
내 마음이
너무 성급한 것인가?
아니면,
초조 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