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버드(Early bird) 이견(異見)
얼리버드(Early bird) 라는 말이 갑자기 유명해 지기 시작했다.
The early bird catches the worm 이라는 서양의 속담에서 따온 말인 듯하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는 잡는다” 는 뜻으로 부지런해야 성공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농사를 위해서 부지런함을 강조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시조에도 권농가(勸農歌)를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얼마 전에는
일본에서 들어온 책이 소개되면서 “아침형 인간” 이라는 말이 상당히 유행했다.
같은 의미일 텐데 대통령이 사용해서 인지 유독 "얼리버드" 라는 영어가 갑자기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번 대통령은 유독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이 말이 우리사회에 널리 퍼지게 된 계기는 대통령직 인수위 와 청와대 직원들의
출근시간 때문이었다.
대통령의 행동에 맞추기 위해 그리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요사이는 그 추세가 좀 무디어진 것 같다.
“얼리버드만 새냐?”고 따지고 드는 올빼미 형 국민들에게 해야 할 답변도 궁색 했겠지만,
몸에 익지않은 "얼리버드" 들의 피곤함 으로 별도의 낮잠시간이 필요하기 때문 일 것이다.
우리사회에는
얼리버드가 되려는 사람들과 얼리버드가 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시간에 일을 시작 한다는 점에서 겉으로는 똑같다.
그러나 그들은 사회의 양극단에 위치한다.
전자의 경우가
성공을 위해, 그리고 이루어 놓은 성공을 유지하기 위해 얼리버드가 되려는 사람들이라면,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얼리버드가 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후자에 해당한다.
새벽 인력시장의 사람들, 청소부, 신문배달부, 우유배달부등 이른 새벽을 깨우는
서민들이 우리사회에는 많이 살고 있다.
새벽에 지하철 첫차에 올라보면, 한눈에 보아도 그들의 직업을 알 수 있을 것 같은
저소득층 서민(庶民)들이 대부분이다.
성공한 얼리버드들은 고급 승용차로 출근할 테니, 그 시간에 지하철에 있을 리
만무 하겠지만 많은 서민들이 얼리버드가 될 수밖에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우리사회의 많은 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저소득층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
쓰이면 더 좋았을 용어가, 일부 특정 계층만을 대변하게 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서민들의 삶을 보살펴 야 할 위정자(爲政者) 들이 자신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밖으로
보여주기 위해 사용한 용어라는 측면에서, 본래 속담의 의미가 많이 훼손 된 것 같다.
그래서 상황 설명적이며, 중립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아침형 인간” 이라는 표현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