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수다(數多)
우리나라의 2008년 출산율이 1.19명이라고 한다.
여성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출생아의 수가 1.19명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저조하다 못해 OECD회원국 중에서 최저수준 이라는 보도를
접하기도 했다..
몇 년 뒤에는 젊은 사람 4명이 노인1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통계지표도 보인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7%를 넘어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였다.
2026년이면 노인의 비중이 20%가 넘어 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게 된다고 한다.
이웃나라 일본은 지난 2006년에 이미 초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였다.
일본의 경우 1994년에 노인인구가 14%에 달했는데, 노인인구가 20% 이르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2006년 까지 12년이 소요되었다.
우리나라는 현재의 추세라면 2019년에 노인인구가 14%에 이르게 되고, 불과 7년뒤인
2026년이면 노인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문제는 고령화 사회로 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데 있다.
사회의 복지시스템이 따라갈 수가 없을 것이며, 사회비용의 증가로 생산인구의 조세
부담이 커져서 사회적 분위기가 메말라 갈 것이다.
나는 이미 고령화 시대를 느끼고 있다.
노인인구의 증가를 피부로 느끼게 된다.
요즈음 아침 출근시간에 지하철을 타면 노인들을 많이 보게 된다.
지하철 노약자석은 언제나 자격(?) 있는 분들이 빈자리를 기다리고 있다.
지하철역에 설치된 노약자용 엘리베이터는 그 분들 만으로도 항상 붐비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자주 보게된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출근 시간대에 노인들을 그렇게 많이 볼 수는 없었다.
노인들의 사회활동이 증가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수 도 있다.
일부 신문에서는 노약자석이 오히려 노인들을 격리시켜 세대간의 단절을 심화
시킨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한다.
노인들이 아예 경로석 근방으로 가시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어르신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경로사상을 배울 교육기회 조차 없어졌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사회도 이미 고령사회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노인들의 비중이
커 질 수 밖에 없다. 노인이라고 해서 예전처럼 무조건적인 경로혜택을 기대 할 수도 없다.
조만간 인구 5명중 1명이 노인이 된다는데, 국민의 20%에게 혜택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노인들도 스스로 지켜야 할 사회적 규범과 역할을 생각할 때가 된 것 같다.
지난 시절 우리나라는 교육의 혜택이 지금보다는 부족했었다.
노인들은 그런 시대를 사시느라 제대로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지내신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요즈음 젊은 세대들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그분들 스스로 새로운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한 재교육 기능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지하철에서 책을 보다가 소란스러워 고개를 돌려보니 연세가 꽤 들어 보이는
남자분이 노약자석에 앉아있던 아주머니에게 무어라고 나무라시는 소리다.
그 여자분은 얼른 일어나 자리를 양보했다.
자리를 양보 받고도 무뚝뚝하게 앉아서 안경너머로 책을 보는 남자노인에게 그 아주머니가
허리를 굽히며 하시는 말씀이 들려왔다.
“ 오해 하지 마세요 어르신. 저도 환갑이 넘었어요. “
나는 웃음이 나왔다.
노약자석은 사회적인 배려라고 생각한다. 전유물은 아니라는 뜻이다.
봉변을 당해본 젊은이들은 아예 노약자석 근처에 가지 않는다.
나는 지하철환승의 편리성 때문에 주로 4번째 문을 이용한다.
노약자석 바로 옆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분들의 여러 가지 모습을 접하게 된다.
나는 출퇴근시간에는 빈자리가 있어도 앉지 않고 서서 신문을 보거나 책을 읽는 편이다.
우리나라의 노인들은 의외로 목소리가 크다. 귀가 어두운 탓도 있겠지만 그분들의
휴대전화 통화소리는 전동차 끝에서도 너무 잘 들린다.
맞은편 노약자석의 친구분과 승객 사이를 뚫고 담화를 즐기시기도 한다.
옆자리에 친구분들과 함께 계실때는 TV 토크쇼를 연상 시킨다.
몇 남매를 두셨는지, 어디가 아프신지, 얼마나 훌륭한 효부를 두셨는지 등등
서있는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분들의 신상을 들을 수 밖에 없다.
나는 책 읽기를 중단해야 한다. 아니면 자리를 옮기거나……
평생교육시대에 살고 있으니 유아원의 수만큼은 아니더라도 노인들을 위한 사회교육
기관의 확충이 필요하다.
전국의 경로당을 활용하는 물적 시스템의 활용은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주관하여
노인들의 사회생활에 필요한 교육을 주기적으로 마련해 주면 참 좋겠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자발적인 경로의식이 본래의 자리를 빨리 찾게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