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이라는 여행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업무를 위해서 혹은 다른 목적으로 출장이라는 이름으로 여행을 간다.
일반적으로 여행이라는 의미가 담고 있는 개인적인 목적은 아니더라도 출장도 어쨌든 여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얼마 전 스마트폰으로 방송을 듣다가 “투어(Tour)” 와 “트레블(Travel)” 의 차이를 비교해 주면서 전자를 “관광“,
후자는 “진정한 의미의 여행” 이라고 설명하는 광고 문구를 들게 되었다..
그렇다면 출장은 광고에서 설명하는 관광이나 여행의 범주에 속하지는 않을 것 같고,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업무수행의 책임을 가지고 떠나는 여행” 정도로 이해하면 될듯하다.
일을 떠나서 치유와 휴식을 위해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길이라면 부담도 없고 신나는 일정이 되겠지만,
출장으로 떠나는 여행은 대부분 마음이 가볍지는 못하다.
당연히 해야 할 업무의 부담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업무의 결과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거나, 성사가 쉽지 않을 것이 예상되는 경우라면
마음은 더욱 무겁게 된다.
지난 6월초 갑작스럽게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출근해서 아무 일도 없다가 점심때가 다된 11시 반경에
갑작스런 일정으로 오후 세시 비행기를 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출장준비도 전혀 안되어 있었고 며칠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여의도 사무실에서 집에 들러 출장준비를 하고 인천공항에 오후 2시까지는 도착을 해야 하니 남은 시간이
정말 빠듯하였다.
정신 없이 서둘러 공항에 도착 하여 출국 수속을 마치고 의자에 앉았는데, 점심을 거르다 보니
그제서야 허기가 느껴졌다.
커피 한잔으로 여유를 가질 즈음에 출장지에서 해야 할 업무에 대한 부담이 밀려왔다.
창 밖의 비행기들을 쳐다보며 그냥 여행을 즐기기로 하고 일은 부딪쳐서 해결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이번 출장으로 그 동안 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우선 풀어버리자고 생각했다.
홍콩공항은 크기에 비해 아기자기한 느낌이 들었다.
안내판을 따라 공항외부로 나와 택시 스탠드에서 목적지를 밝히니 택시로 안내를 해준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택시비가 홍콩달러로 300불이나 되었다.
마치 부산을 방문한 듯 홍콩의 첫인상은 낮 설지 않았다.
이미 호텔에 와 있던 지사직원들을 다시 만나, 체크인을 하고 저녁식사 때 미팅 할 상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약속시간을 정했다.
방에 들어가니 창 밖으로 펼쳐지는 홍콩(香港) 항은 정말 아름다웠다.
마치 한강처럼 친근하게 느껴지는 바다와 바다건너 건물에서는 하나 둘씩 아름다운 조명이 밝혀지고 있었다.
TV에서 보았던 장면들 홍콩의 상징처럼 느껴지던 그 풍경 이었다.
잠시 후 식사를 하면서 만나게 된 상대는 서른 살의 젊은 친구로 국내 대기업 중국지사에도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지사직원이 전해주는 말에 따르면 년간 2조원의 매출을 하고 있으며, 제일 잘나가는 총판거래처로서 홍콩과 중국에
법인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 왜소하고 나이 어린 친구가 그 정도의 매출을 하고 있다니 놀랍기만 하였다.
문제는 대화를 할수록 내용이 점입가경(漸入佳境) 이었다.
갑자기 두 배에 달하는 몇 십억 보증금은 물론이고, 매달 국내 중소기업의 연간매출액에 달하는 금액으로 연간
거래량을 확정하여 계약서에 넣자고 말하고 있었다.
더구나 거래의 형태도 우리가 기대했던 방식이 아니었다.
갑자기 강하게 스트레스가 밀려왔다.
술도 한잔씩 돌고 있었고, 그들의 접대방식 인지 담배를 피우면서 내게도 담배를 권했다.
나도 모르게 담배를 받았다.
20여 년간 멀리했던 담배를 피우는데 방금 전 까지 피웠던 사람처럼 연기를 내 품었다.
자기가 담배를 피울 때마다 내게도 담배를 주었다.
새벽 6시에 눈을 떴다.
엊저녁 상담하면서 마신 술과 안 피우던 줄 담배로 분명 피곤 해야 하는데 눈이 떠졌다.
잠시 정신을 차리고 창 밖을 보았다
화창한 홍콩의 하늘과 흰 구름이 걸린 푸른 항구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 차량과 조깅하는 시민들,
샤워를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항만을 따라 펼쳐진 산책로를 걸었다. 햇살이 따갑게 내리 비쳤다.
모자도 선글라스도 없었다. 상의셔츠를 벗고 티셔츠 차림으로 항만을 걸었다.
온몸을 땀으로 적시며 조깅하는 사람들이 지나간다.
부지런한 관광객들이 하나 둘씩 모여 들고 있었다.
가족단위 여행객의 웃음소리도 들리고,
영화촬영 하는 모습의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표정이 매우 즐거웠다.
나도 가족을 생각하게 되었다.
홍콩의 아름다운 아침 경치를 즐기며 업무의 스트레스에서 벗어 나도록 애를 썼다.
내가 해결 할 수 없는 일,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비즈니스를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를 결정하는데 의사결정권자의 선택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사실에 책임을 느끼게 된다.
상대방의 회사를 방문해보기 위해 국경을 거쳐 심천으로 넘어갔다.
지리적으로는 멀지 않지만 홍콩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말 그대로 온전한 중국 땅에 들어섰다.
방문 할 회사 가까운 곳에 위치한 호텔은 상당히 높았다.
41층 객실에서 심천중앙공원을 훤하게 볼 수 있었다.
주말을 출장지에서 보내게 되면서 머리를 식히려고 혼자 공원을 방문해 보았다.
역시 가족단위로 나온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고, 중국의 전통노래를 악기를 불며 다 함께 모여 즐기는
연세 드신 분들의 모습은 우리나라와 똑 같다.
원만한 해결을 보기가 어려운 출장이었다.
사업초기의 예상과도 달라졌고, 일을 해 나가면서 즉시 수정하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도 많이 생겨 나고 있다.
우리나라와 기업문화가 다르고, 계약이라는 법률행위를 대하는 마음도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출장은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가 없는 여행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