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아이를 키우며

독도땅 밟기

카프1 2010. 8. 14. 11:38

30년이 지나 다시 방문한 울릉도는 많은 변화를 이루고 있었다.

우선 나부터 변하였다.

입대 전 그때 와는 달리 가족과 함께 아이의 손을 잡고 찾아 왔으며

당시는 포항에서 12시간 걸렸던 통통배 청룡호보다 빠른 배편 이었던 한일호를 타고

6시간 반이 걸려 도착했지만, 이번에는 묵호 항에서 3시간 남짓걸려 방문 할 수 있었다.

배의 시설과 규모도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발전되었다.

변함없는 것은 울릉도로 가는 동안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섬 하나 없는

검푸른 동해 바닷길을 지루하게 달려 가야 한다는 것 뿐이었다.

 

울릉도에 도착한 84일은 날씨가 쾌청했다.

전날 밤 서울에서 늦게 출발하여 자정이 다되어 동해호텔에 도착 늦게 잠들었으나

아침부터 바다가 잔잔하여 비교적 편안한 뱃길이 이어졌다.

여행사에서 마련해준 여객선 터미널 2층의 식당에서 마치 잔칫날 같은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845분에 씨플라워호” 를 타고 묵호항에서 울릉도를 향해 출발했다.

뱃멀미의 공포로 출발초기에는 객석에 앉아 조용하던 승객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이 된 탓인지

움직임이 부산해 졌다.

매점으로 화장실로 또, 맥주를 마시며 여행분위기를 즐기고 교회에서 단체로 참가한 동일 복장의

사람들도 눈에 들어왔다.

 

12시가 가까워 오자 선실 왼편으로 울릉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한쪽으로 몰렸다.

30년 전에는 오후 2시에 포항에서 출발한 배가 밤 8시가 넘어서야 불이 환한 도동항에 입항했었다.

 

오후에. 관광버스를 타고 돌아보는 섬 일주여행이 있었다.

울릉도에 노선버스가 있고, 4륜구동의 택시가 있으며, 렌터카도 있다는 사실이 참 새삼스러웠다.

예전에는 배를 타고 울릉도 주위를 관광하는 것 이외에는 도보로 다니는 것뿐이었다.

버스기사 분 안내를 들어보니 울릉도에는 약 9,000~ 10,000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가구당 2~3대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고, 오징어를 제외한 대부분의 생필품을 육지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가격이 다소 비쌀 수 밖에 없다고 한다.

 

 

해안산책로 에서 도동항 쪽으로 오는 길

 

도동항구 좌 우측으로 만들어 놓은 해안관광 길은 야간에 조명불빛 과 어우러져 환상적 이었으나

좁다란 길옆에 마련해 놓은 포장마차 술집들이 분위기를 깨뜨리고 있었다.

울릉도 자연환경과 분위기에 어울리게 제대로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참 아쉽다.

도동 항구에 천막을 친 즉석 횟집의 불빛과  여기저기 자리를 깔고 앉아  왁자지껄하게 

술잔을 돌리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똑 같다.

 

여행사 사무실을 방문해 가이드에게 내일 독도 행 선박 표를 부탁했다.

서울에서 여행사에 예약 할 당시에는 독도 행 배표가 매진이어서

일단 울릉도까지 가서 배표를 구해 보기로 했었다.

 

다음날 예정된 오전 여행을 마치고 여행사에 물어보니 아직 연락을 못 받았으면 배표가 없는 것

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면 꿩 대신 닭이라고 죽도(우도)” 행 배편 과 다음날 섬일주 관광을 예약하고 점심 식사 전에

독도박물관을 둘러 보기 위해 뜨거운 날씨에 땀을 흘리며 언덕길을 올랐다.

독도 박물관에서 설명을 듣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독도 행 배편이 확보 되었으니1220분 까지 여행사 사무실로 오라고 한다.

시간이 없었다. 급히 달려 가는데 주위에 택시도 없었다.

언덕을 내려와 도동으로 들어가는 길에 택시를 잡았더니 바로 앞이라며 무료로 태워 주었다.

덕분에 배표를 받고 점심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뱃길로 약 2시간을 달려 독도에 도착했다.

독도박물관에서 설명을 들어보니 일년에 40일 정도만 독도에 내릴 수 있다고 한다.

날씨는 물론 행운까지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 행운을 우리가 안게 되었다.

행여나 접안(接岸)이 어려우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독도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깎아지른 바위섬 독도의 위용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TV로만 보았던 그 모습이었다.

불과 이틀 전 업무로 방문 했던 정부중앙청사 1층에 마련된 TV화면에서 보았던

독도의 모습을 실제로 눈앞에서 보는 순간 이었다.

감격스러웠다.

 

배에서 쉼 없이 쏟아져 나오는 수백 명의 승객들이 독도의 경치에 취해

내리다 말고 정지하는 바람에 승무원들이 안내 하느라 애를 쓰고 있었다.

2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독도에서 체류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것도 선착장 주변을 벗어 날 수는 없었다. 

 

대한민국 동쪽땅끝 표지석 

 

이리저리 부지런히 사람들이 움직였다.

선착장 가장자리에는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수비대원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나도 정신 없이 사진을 찍었고 건너편 동도 에서는 해안공사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땅 동쪽 끝을 알리는 표지 석 앞에는 사람들로 붐볐다.

더 이상 안쪽으로 접근을 할 수 없었고 그 너머로 깎아지른 절벽에 만들어진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표지석 앞에는 사람들이 밀려 사진을 찍기가 어려운데, 그만 철 수 하라는 뱃고동 소리가 부웅하고 들려왔다.

그새 20분이 지났나 보다.

경찰 수비대원 들이 그만 나오라는 독촉이 이어졌다.

눈치를 볼 것도 없이 빨리 표지석옆에 가족들을 서게 하고 들고 있던 캠코더로 스틸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정신없는 20분이 금방 지나갔다.  

그래도 독도에서 울릉도로 향하는 뱃길이 내내 즐거웠다.

 

둘째 아이가 독도가 보고 싶다고 해서 결정 한 여행이었다.

서울에서 출발할때 독도 배편을 구하지도 못하고 왔는데,

배표는 물론 일년중 독도에 내릴 수 있는 40일에 속하는 행운도 얻었다.

날씨는 더 할 나위 없이 화창하고 맑았다.

둘째 녀석이 "행운이 있는 아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는 저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10회 울릉도 오징어축제 마지막 날 행사를 보러 갔다.

노래자랑과 각설이타령, 행사 후 불꽃 놀이가 있었다.

갈 때와 올 때 주최측이 마련해준 버스를 타고 다녀왔다.

우리를 태우고 관광을 했던 기사 아저씨가 여기에도 동원 되었다.

메뚜기도 한철 이라고 하루에도 수 차례씩 바쁜 일정 인가 보다.

오징어 축제의 노래자랑

 

다음날 오전 섬 일주 관광은 취소되었다. 파도가 거세어졌기 때문이다.

선표를 환불하고 제대로 보지 못했던 독도박물관을 다시 찾았다.

독도를 지키던 우리선조 안용복장군이 일본인들을 독도에서 쫒아내는 모습이 흥미를 끌었다.

일본일을 격퇴 시키는 안용복 장군 

 

피상적으로 느끼던 독도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 할 수 있었다.

무더운 날씨였으니 독도박물관 실내는 시원해서 밖으로 나가기가 꺼려 질정도 였다.

일본인들이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왜곡하는 광고판을 세워놓은 사진도 전시 되어있었다.

 

일본땅에 세워진 독도소유권 주장 광고탑  

 

멀쩡한 남의 물건을 자기 것이라고 우겨대는 도둑심뽀가 아직도 지구상에 버젓이 남아있다.

우습게도 일본인 스스로 독도가 한국의 영토라는 것을 인정한 자료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박물관을 나와 케이블카를 타고 산 정상의 전망대를 찾았다.

바다가 보이는 전망대에 오르니 사람이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경치는 가히 환상적이다.

탁 트인 동해바다

눈 앞에 망망대해 가 펼쳐졌다.

발아래 내려다 보이는 도동 항이 자그맣고 정겹게 보였다.

 

발아래 내려다 보이는 도동항의 모습

 

숙소에서 까마득히 올려다 보이던 정자가 바로 이곳 이었다.

다른 쪽 전망대는 섬 안쪽을 조망 할 수 있다.

멀리 산 기슭을 자동차가 개미처럼 기어가고 있었다

까마득히 보이는 주유소 간판이 인상적이다.

 

오후 5시반

씨 플라워호가 도동항을 떠나 묵호항을 향해 출발했다

이번에는 배의 제일 앞쪽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좌석번호가 1번, 2번, 4번 이었다.

날씨는 화창 한 것 같았는데 너울이 제법 심했다.

배가 출발 하자 엊그제 울릉도로 들어 올 때와는 사뭇 다른 선체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느낌이 심상치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배가 앞뒤로 마치 놀이기구를 탄 것 처럼 출렁거렸다.

잠시 후 집사람을 비롯한 많은 여성승객들이 자리를 떠나 화장실로 몰려갔고,

시간이 지날수록 좌석은 비어갔다.

일부 남성들은 선실 바닥에 엎드리기도 했으며, 2층 선실로 가는 계단이 머리를 숙이고 앉아

뱃멀미가 잦기를 기다리기도 하였다.

잘 참던 둘째 녀석도 힘들어하여 화장실에 데려다 주었다.

선원들이 부지런히 선내를 돌며 승객들의 반응을 살폈고, 위생봉투를 전해 주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멀리 묵호항의 불빛이 보일 때쯤 승객들도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묵호 항에 내려 택시를 잡아 예약된 호텔로 왔다.

울릉도 출발 전에 호텔 외부에 주차해 놓았던 차의 상태부터 살폈다. 이상이 없었다.

늦은 시간이라 식당을 찾기가 어려워 차를 가지고 인근 편의점에서 식사거리를 샀다.

나는 간단히 한잔을 하고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다음날 날씨는 쾌청하고 상쾌했다

7시반 부 터 준비하고 기다렸으나 식구들이 일어날 줄 모른다.

11시가 다되어 제일 늦게 체크아웃을 했다.

망상 해수욕장 부근의 막국수 집에서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고 등명락가사(燈明洛伽寺)”에 들러

곳곳에 절을 하고 합장을 했다.

안인진리 바닷가 전시된 안보공원에서 퇴역한 전주함북한 잠수정을 둘러보고

차를 달려 주문진으로 갔다.

주문진 수산시장 횟집에서 맛본 물회는 울릉도에서 맛본 것과 사뭇 달랐다.

육수에서 사이다 맛이 나는 것이 울릉도 물회맛에 미치지 못했다.

저녁이 다 되어서야 진 고개를 넘었다.

진 고개 정상의 휴게소에 내리니 한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서늘했다.

한쪽 구석에 주차된 여러 대의 캠핑카에 나의 부러운 시선이 멎었다.

진부를 지나는 국도를 따라 달렸다.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달리는 국도는 한산하여 색다른 재미가 있다.

날이 저물어 운전의 안전을 고려하여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주말에 상경하는 고속도로는 비교적 붐비지 않았다.

 

이번 여름휴가 때 독도땅을 밟아 볼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 이었다.